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박근혜도 예외 아니다”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박근혜도 예외 아니다”
  • 박귀성
  • 승인 2015.11.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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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내가 죽어야 한다. 내가 죽어야 끝나겠구나”

▲ 세월호 유가족과 4·16연대 회원,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4.16세월호참사 진상조사 관련 정부가 세월호참사 진상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증거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4.16 세월호참사 진상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조사’를 대비해 마련한 내부 문건이 인터넷 언론매체 더300의 단독 보도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실규명과 조사방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유가족들 및 4.16연대는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과 함께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해수부 문건 폭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의 특조위 진상조사 방해 행위를 맹렬히 비판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내가 죽어야 한다. 내가 죽어야 끝나겠구나”하는 생각뿐이라며 분개하고 “여당추천 위원 집단행동을 사주한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한 해양수산부 해명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 위원장은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의 갑작스런 집단행동(여당 추천 특조위 위원들의 이날 국회 기자회견)은 언론이 공개한 해수부(문건)의 대응방안과 일치한다”며 “만약 이들이 해수부 지시에 따라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면 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을 겨냥하라는 것이 아니라 성역 없이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라는 게 가족들의 입장”이라며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서 청와대와 대통령만 빠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더300이 이날 오전 단독 보도한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는 특조위의 BH(Blue House 이니셜로 청와대를 지칭함) 조사와 관련해 적극 대응한다는 지침이 담겨 있다.

문건에는 “(특조위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이 문제를 지속 제시하고 필요시 전원 사퇴 의사 표명”, “여당 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조위에 소위 회의록을 요청하고 필요시 비정상적·편향적 위원회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 등의 구체적 행동 지침까지 담겨있다.

문건에 명시된 내용대로,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헌 부위원장과 고영주·차기환·황전원·석동현 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원 총사퇴도 불사한다”라는 내용으로 세월호 특조위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특조위 상임위원회에서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겠다는 안건이 통과된 데 따른 반발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들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7시간’은 작년 7월 세월호 특위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이미 밝혀진 사안”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면 ‘특별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야말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라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되풀이했다. 문건의 지침과 정확히 일치하는 여당과 여당측 위원들의 움직임이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다시 “참사 당일 대통령의 구조·구난 활동을 조사하는 것은 특별법에 따른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며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려는 집단행동은 부적절하고 정략적인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희생자 가족들은 이헌 부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을 겨냥하고 “정치적 중립과 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문건 진위 파악과 작성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너무 분노한다. 할 말 많았고 주문할 것 많았지만 (세월호 진상특별조사위원회) 조사활동 독립성을 보장키 위해 오늘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가족들이 ‘쉬쉬’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을 정부가 자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산에서) 달려온 거다”라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유경근 위원장은 지금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 울분으로는 다 죽이고 싶다.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세력) 사람들이 싫다”면서도 “국민이 이렇게 억울하게 매도당해도 되는 것인지 이 정부에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독립된 헌법 기구이고, 특조위 또한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헌 부위원장의 이번 기자회견은 세월호 유족들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 명의로 낸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문건파동과 여당측의 행동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입장을 정리한 후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노골적으로 특조위 활동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정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위원장으로서 어떠한 외압과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석태 위원장은 다시 “해수부가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지원하지 않고 독립성을 해치고 있는 데 대해 엄중히 조사를 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대통령 7시간으로 특조위에 정치색 입히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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