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자신이 표창원 당선인 등 영입한 인사 15명이 지난 22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오찬을 같이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또 이날 저녁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지난 ‘셀프 비례대표 2번 파동’ 이후 처음으로 저녁 만찬을 함께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양산 기거에 들어가기 전에 그간의 노고와 향후 당내 사정을 다독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영입인사 15명 가운데 조응천 남양주갑 당선자는 이날 문재인 전 대표와 오찬 후의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진과 함께 올렸고, 문재인 김종인 저녁 만찬은 비공개로 ‘서울 시내 모처’라고만 알려졌다.
문재인 김종인 두 전현직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는 김종인 대표는 “당권에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최근 불거진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합의 추대론으론 인한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이 23일 전하는 말에 의하면,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겸한 선거 끝난 뒤의 소회를 나눴고, 또한 작금의 당내 현안에 대한 상호 개인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경선 참여를 권유했다기보다는 김종인 대표의 의사를 다시 확인한 차원이다. 식사자리는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다”고 전했다.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게 당내 논란이 일고 있는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론’에 대해 “내가 대표 선출 문제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 전당대회에서 합의 추대를 하기는 어렵고 경선을 하실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경선은 치를 수 있겠느냐”고 생각을 물었고, 이에 김종인 대표는 “내가 합의 추대를 말한 적이 없고, 우리 당의 생리로 봐서 합의 추대가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합의추대가 안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 이 나이에 내가 경선을 나가서 되겠느냐, 나는 당권에 별로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김종인 대표는 또 총선 결과 12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된 상황과 관련해선, “모처럼 당이 안정적인 분위기다. 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선거 전 불거졌던 비례대표 파동 등의 분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김종인 두 전현직 대표가 모처럼 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달 22일 비례대표 파동 당시 문재인 전 대표 급거 경남 양산 자택에서 상경해 김종인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자택을 찾아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며 두 시간여에 걸쳐 대화를 나눈 후 헤어졌다.
문재인 김종인 전현직 대표 회동에 대해 김종인 대표 측은 23일 “김종인 대표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합의추대와 관련해 ‘합의추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종인 대표는 또한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 특정계파가 지도부에 들어올 가능성을 제기를 했다. 김종인 대표는“지난 비례대표 공천 파동과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면 우리 관계도 끝난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고,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소위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서도 제 말을 안 듣는 사람이 많다. 저의 통제력을 벗어난 사람들”이라고 공감을 표명했다.
김종인 대표는 또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당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안으로 현재의 비대위 체제를 연장해 외부인사의 영입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만드는 등조직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선거 이후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는 게 김종인 대표의 전언”이라고 알렸다.
문재인 대표도 23일 홍은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종인 대표와의 만찬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만찬에서 김종인 대표에게 “비상대책위가 끝난 후에 당 대표를 하실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 당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합의추대는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경선은 또 어떻게 하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또한 “이번 총선을 경제 콘셉트로 치렀는데 대선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당에 수권비전위원회를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선 때까지 경제민주화의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아울러 “대선 때까지 경제 콘셉트로 치른다는 점에 대해 김종인 대표도 동의하고 경제민주화의 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총선은 구호로 치렀지만 다음 대선은 국민이 공감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나아가 “우리 당을 1당으로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이 안정돼야 하고 시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김종인 대표가 그런 걱정을 하길래 제가 ‘우리 쪽(친문) 의원들이 다 내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 당이 안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어 “김종인 대표는 그런 뜻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왜 자꾸 언론에서 무슨 당권에 욕심이나 미련을 갖고 있는 것처럼 다루는지 모르겠다. 저는 김종인 대표에게 대표를 맡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본인도 뜻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합의추대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도 자꾸 합의추대론 같은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명료하게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언론에 대해 호소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김종인 대표와 회동하기에 앞서서는 자신이 영입한 16명의 인사들과 여의도 소재 한 식당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당선자와 낙선자들에게 각각 축하와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분간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는 등, 공식적인 행동은 삼가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국 ‘김종인 합의추대론’으로 불거진 당내 논란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전당대회 개입을 안 하겠다“고 공언한 후 처음으로 ’김종인 합의추대론‘과 김종인 대표의 전대 출마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명확하게 입장을 조율함에 따라 이날 회동의 결과가 향후 당내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