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소재 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2만여 추도객들이 함께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정관계 전현직 거물들 모습도 적지 않았다.
이날 추도식에 모인 인파는 주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입퇴장할 때는 ‘연호와 응원’으로 지지를 보냈다. 이날은 문재인 전 대표의 날이나 마찬가지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에게는 작정하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니 ‘친노 성골’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많은 환대를 받았다는 데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가장 많은 푸대접을 받은이가 또한 문재인 전 대표라면 매우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추도식 공식행사가 끝나고 내빈 참배가 이어졌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유족 서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각 정당별 순위에 따라 헌화 분양 참배의 순이 이어졌다. 이들 인사들이 참배에 할애된 시간은 대략 30-40분 정도였고, 그다음이 일반인들의 순서였다.이들 정관계 인사들이 참배하는 시각엔 일반 추도객들의 이동이 제한됐다. 경찰과 노무현재단 사람들이 이들 인사들의 참배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일반 추모객들의 마구잡이 진입이나 이동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추도행사장에 있던 일반인들은 꼼짝 없이 갖혀 있는 셈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서 참배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국회 소속 전현직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향해 갖힌 군중속을 지나 약 100여미터를 걸어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의원이나 조응천, 표창원, 손혜원 당선인 등은 연호와 함께 응원과 지지의 고함소리가 쏟아졌다. 이른바 비인기 전현직 의원들에게는 일언반구의 ‘목소리’도 없었다.
군중들 한편에서 “심상정 이다!” “노회찬 파이팅!” 등의 고함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단발마의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까지 터져 나왔다. 당시 정의당 노회찬 당선인은 적지 않게 당황한 표정있었다. 마치 “엇! 남의 집에 와서 내가 이렇게 대접을 받아도 돼나?”하는 표정이었고, 심상정 대표 역시 잠시 멈칫해 보였다.
군중들은 환호성과 연호도 모자라 손을 잡아달라고 너도나도 폴리스라인 너머로 수많은 손을 내밀었다. 그때서야 심상정 노회찬 두 전현직 대표는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느라 부산해지기 시작했고, 노회찬 대표의 경우 오히려 얼굴에 함박웃음까지 한껏 피어났다.
하지만, 언론은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두 전현직 대표가 이처럼 환대받는 모습을 취재하지도 보도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카메라가 문재인 전 대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참배객들을 일일이 맞이하고 배웅하느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서 가장 늦게 나왔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5년 4.29보궐당시 인천 중동강화옹진 지역구에 정의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한날한시 같은 장소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만 언론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언론은 우리들이 군소정당이기에 집중조명을 해주지 않는다. 약소정당의 설움이라고 보면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쏟아내기도 했다.
비록, 이같은 언론의 무관심과 이날의 주최측이 아닌 손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두 전현직 대표는 그야말로 남의집 안방에서 최고 ‘극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가 내빈 참배가 끝날 때까지 묘소를 지키다 사저로 이동할 때는 폴리스라인 안에 갖혀 있던 이날 추모객들의 8할 이상이 이미 빠져 나간 상태다. 즉 문재인 전 대표 모습을 보지 않고 추도식장을 나간 셈이다. 물론 이날 주인공은 당연히 문재인 전 대표였고, 남은 지지자들은 “문재인!” 연호와 기념 인증샷 촬영 등으로 요란했다.
폴리스 라인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일부 추모객들은 산허리와 맞닿아 있는 행사장 입구 안내소 지붕 위를 넘어서 밖으로 빠져 나가기도 했는데, 본지 기자는 이들 가운데 몇 명과 대화를 시도했다. 적어도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천리 먼길 봉하마을까지 왔지만, 지붕위로 탈출을 시도할 만큼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나고 가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 화성에서 왔다는 김모씨(남 53세)는 ‘아직 문재인 전 대표가 묘소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자리를 뜨느냐’는 기자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왔지 문재인 대표를 보러온 게 아니다. 추도식이 끝났는데도 이렇게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질서유지’ 차원이라기보다 내빈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차원인 것 같다”고 지붕을 탈출구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지붕위 탈출자 송모씨(여 46세, 서울 마포) “문재인 전 대표를 보고 가는 것도 좋겠지만, 추도식 끝나고 모이기로 했는데 빨리 가봐야 해서”라면서, ‘무슨 모임이냐’는 물음엔 “노빠들 모임인데, 문빠는 아닌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권모씨(여 34세, 충남 태안)는 “안희정 지사님하고 악수했으면 됐다”라며, ‘이번에 안희정 지사가 대권 도전을 시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당연히 검증된 후보로서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표 보다는 안희정 지사가 대권주자로 나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같은 시각 ‘모이기로 했다’는 송모씨와 함께 간 곳은 이미 칠팔명 정도의 남녀 ‘노빠’들이 봉하막걸리와 두부 파전 등을 놓고 다른 일행들이 빠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리더’ 격인 한모씨(남 58세, 지역 밝히기 거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는 친노, 노빠들이다. 노빠라고 다 문빠라고 할 수도 없고, 다 문빠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도 없다. 하지만, 문빠들은 우리들을 배신자로 본다. 내가 이런저런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을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조금만 성향을 달리하다가 잘 못 걸리면 (온라인상에서) 사정없이 두들겨 맞는다. 경험담이다”라며 막걸리를 들이켰다.
같은 자리에 동석했던 신모씨(여 43세, 전남 광주)는 “우리들(노빠)도 처음엔 다 같이 다녔는데, 지금은 여기 우리들(노빠이나 문빠는 아닌)처럼 다들 ‘짝짝’ 찢어져서... 이젠 서로 연락도 않고... 아무튼 지금은 남남이다. 하도 공격을 해대니까 페이스북도 폐쇄하고 트위터도 계폭하고...”라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