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법이 시행됐어도 9일 오후 기자가 만난 김부선 씨는 여전히 혼자 아파트 관리를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주민 서명을 받기 위해 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빌려온 소형 확성기로 주민참여를 호소하고 있었으며, 그간 고단하게 겪어온 이런저런 투쟁사를 들려줄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부선법이 시행됐어도, 주민들 동참을 호소하는 김부선 씨의 목소리가 아파트 단지에 퍼져나가자 즉각 달려온 것은 이웃 주민이 아니라 경찰의 순찰차였다. 그것도 한사람의 연약한 여인 목소리에 순찰차는 두 대에 4명의 경찰이... 이 아파트단지에서는 무슨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난방투사’로 알려진 김부선 씨(배우)가 아직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옥수동 소재 J아파트 전·현직 동대표 및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법률적 송사는 물론 일상에서도 쌍방이 불꽃 튀는 마찰을 빚는 등 ‘공공의 적?’을 상대로 혼자의 몸으로 필사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공동주택 외부 회계감사 제도를 도입한 주택법 개정안(일명 김부선법)이 시행되면 우리사회 수십 년간 만성적으로 뿌리내렸던 공동주택 관리비 운용 관련 각종 비리가 줄고 투명회계를 보장함으로써 입주민들의 마찰 또한 줄어들 것으로 속단했던 기대와는 달리 정작 김부선 자신은 과거의 다툼과 그 과정 속에서 얽힌 감정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현실에 얽매여 있다.
법안이 발효되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하고, 법안관련 불법 내지 비리 사실들이 곧바로 척결이 되어야 하겠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굵고도 깊게 뿌리내린 공동주택 관리 관련 우리사회 만연한 고질적 병폐는 아직도 김부선 씨의 ‘투사적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무관심은 비리를 키우고 보호한다’는 범사회적 진리가 무색하리만치, 우리 모두의 현실 주거 문제 한가운데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즉 집단 공동 주택 관리에서 주민이라는 집단의 무관심속에 소수의 ‘관리’들에 의한 뿌리 깊은 고질병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부선법이 시행되고 효과가 없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우선 정리를 해보자면, 위에 언급한 공동주택 외부 회계감사 제도는 공동주택 단지의 공사나 용역 등 관리비 집행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분쟁(부당거래, 횡령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김부선法’과는 사실상 관련은 없다.
김부선씨는 그간 난방비 의혹으로부터 출발해 입주자 대표회의 및 아파트 관리 시스템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결하고자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였는데, 각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 활동은 물론 공동주택 관리 관련 주택법 개정에 있어 정치권까지 가세한 ‘YMCA 정책토론회’에 참여하기까지 이르렀다.
김부선法은 나아가 김부선 씨가 지난 2014년 10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난방비 비리 관련’ 증언을 함으로써 과거 대단위 공동주택관리에만 적용됐던 외부 회계감사제도가 올해부터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에까지 회계감사 의무화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고, 실제의 김부선법은 공동주택 난방비 및 난방계량기 관련 전정희 의원이 지난 2014년 11월 18일자로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2014년 9월 17일자로 ‘김부선 아파트 난방비 비리 등 아파트 비리 보도 관련’이라는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면서, 김부선 씨의 ‘난방비 비리 의혹제기’로부터 촉발된 국토교통부의 공동 주택 관리 실태에 대한 사회 각처의 지적이 있은 후, 국토교통부는 이 부분 행정이 향후 크게 개선될 예정임을 세상에 알렸다. 때문에 아파트 관리 및 회계 관련 주택법 개정안들이 통합적으로 ‘김부선법’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부선법이 시행된 이후 김부선 씨가 사는 문제의 J아파트는 관리와 회계 등 운영실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입주민대표자협의회나 동대표, 관리소장 등은 운영 시스템을 크게 개선했을까?
김부선이 목소리를 높이면 아직도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은 이웃 주민이 아닌 경찰?
<이 연재 기사는 향후 계속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