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이하 민주노총)이 소속 사업장 462곳을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위험성 평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기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61.6%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3%는 위험성 평가를 하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하진 않는다고 했고, 22.9%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중대재해가 잦은 건설현장의 경우엔 83.9%가 현장마다 아침에 15분가량 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로 위험성 평가를 대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제조업 171곳, 건설업 152곳, 화학업 27곳, 보건의료 25곳 등 위험성 평가가 더 절실한 사업장이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환경에 맞게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발굴해 개선하는 절차로, 산재예방의 기본적인 조치이다.
위험성 평가 때 작업장의 모든 유해위험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는 응답도 역시 61.1%에 머물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은 '위험성 평가의 대상이 되는 유해.위험 요인은 업무 중 근로자에게 노출된 것이 확인됐거나 노출될 것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모든 유해.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를 하기 전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곳은 41.2%였다.
위험성 평가 지침은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할 때 노동자를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관련 교육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보다 나은 일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법령에서 세세한 규제를 하는 대신 일터에서 사업주와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하거나 유해한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자며 2013년 6월 위험성 평가 제도를 사업주 의무로 명문화했으나 1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
민주노총은 위험성 평가 법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의 핵심 사업으로 위험성 평가에 감독행정, 사업, 예산.인력을 쏟아 부었으나, 아리셀 참사와 민주노총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장의 위험성 평가 실시 현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라 고시에 규정된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 위반 비율이 높고, 특히, 기본사항인 유해 위험 요인 파악에서조차 57% 이상 사업장이 법을 위반하고 있었으며, 감소대책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67%가 법을 위반해 노동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행 법에서는 위험성 평가에 대한 아무런 처벌 조항도 없고, 노동부 보고의무도 없어 정부 감독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험성 평가가 정착되어 있는 외국은 노동조합 참여가 규정되어 있고, 부적정한 실시에 대한 처벌 조항도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위험성 평가 법 개정안 주요 내용으로는 ▲위험성 평가에 고객에 의한 폭언, 폭행 명시 ▲위험성 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 대상 종사자(근로자,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 노무제공자)로 규정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위험성 평가 전 과정에 노동자 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자 참여 및 활동 시간 보장 ▲위험성 평가 미 실시, 부적정 실시에 대한 처벌 조항 도입 ▲위험성 평가 결과 노동부 보고 의무화 하고, 노동부는 노동자 참여 및 위험성 평가 결과 이행 여부에 대해 정기적으로 감독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위험성 평가 조항 개정 및 도급인의 의무, 특수고용 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조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조항에 위험성 평가 관련 조항 추가 개정 등이다.
/이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