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같은 글씨 꽃 피어내는 강민자씨
서천읍 동산리 ‘찾아가는 문해교실’ 학습자인 강민자(75)씨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부터 봄비가 내렸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는 대지를 적시고 세상의 만물을 깨우고 있었다.
봄비를 받아먹은 벚나무 가지 끝에서는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모진세월에 쪼그라든 강민자씨의 손끝에서는 글씨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벚꽃처럼 수줍게 피어나는 강민자씨의 글씨 꽃은 그 어느 꽃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배움이 너무 힘들지만 죽을 때까지 배울 라고 합니다.”
앎의 힘과 배움의 보람을 70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는 강민자씨. ‘지금도 하나를 배우면 둘을 잃어버릴 정도로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알게 돼서 너무 보람된다’는 강민자씨는 오늘도 한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강씨는 다른 학습자들과 달리 어린 시절 도시에서 살아서 교육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학구열에 너무 이른 나이에 학교에 입학하다보니 공부 따라가기가 힘이 들어 4년 동안 다니고 그만 포기했다고 한다.
그 당시 오죽했으면 ‘나중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절대 공부는 시키지 않을 거라’고 맹세를 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한글 배움이 삶의 활력이고 보람이라고 하니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나이를 불문한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씨는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지내고 결혼해서 천안에서 살았다. 4년 전, 남편 건강이 악화돼서 공기 좋은 곳을 찾다가 동산리에 귀촌했다. 서천이 무연고 이지만 동네 사람들 인심이 좋아 땅을 무료로 주어서 작게나마 농사를 짓고 다행히 남편 건강도 많이 회복돼서 마음 편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공부도 이곳에 와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글을 몰라서 살아갈수록 부모님이 강조했던 배움의 중요성을 느끼고 후회가 가슴에 계속 남았다’는 강씨, 이제야 한을 풀었다고 한다.
한글을 배우게 돼서 가장 좋은 것은 손자에게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고 받은 문자를 읽는 것이란다. 이제는 친구에게 편지도 쓰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아직은 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강씨는 지난해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에서 ‘늘배움상’을 받은 편지글을 기고하고 싶다고 한다. 편지글에는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동산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글 하나가 만원보다 더 값지다’며 배움의 즐거움과 가치를 말하시는 강민자씨.
유난히도 추었던 지난겨울을 잘 버티어내고 꽃망울을 피어낸 벚꽃처럼 모진세월 보내고 피어낸 강민자씨의 글자 꽃이 동산리에 피어나고 있었다.
2018년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