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과 정부는 지난 1년 간 천안함 사건의 진짜 진실을 숨겨버린 채 엉터리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시점으로 한반도는 진실공방을 다투며 긴장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국민들은 진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이 시점 동아시아는 일본열도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안보위협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었다. 전쟁이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 생각했는데, 일본 지진사태를 보면 자연재해가 오히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이번 일본지진사태는 자연재해를 넘어 인재(人災)로 확대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100% 안전성을 전제로 하여 건설한 원자력발전소가 거대한 자연현상 앞에 무력화된 것이다.
북측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제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이즈음 지난 17일 북측은 남측 기상청장 앞으로 지진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요지는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남측 정부는 지난해 11월 통일부 당국자를 통해 “각계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내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가능성은 좀 더 세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이는 인근 지역에 피해를 줄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 화산연구는 지난 해 천안함 사건 이후 병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남측 정부는 이번 기회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 22일 북측이 제안한 당국 간 협의대신 민간 전문가 차원의 협의를 하자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한다. 북측이 이 제의를 받아들여 다행이지만, 정부 차원의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재기로 위기관리 시스템 복원이 최우선
정부는 계속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오히려 지난 23일, 안면도해수욕장 일대에서 북을 자극할 수 있는 한미연합 군수지원훈련을 실시하여 북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에 독수리연습(FE)의 일환으로 진행된 해안양륙군수훈련(Combined and Joint Logistics Over The Shore Exercise, C/J LOTs)은 평양점령을 노리는 상륙작전을 뒷받침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들과 어장파괴를 걱정하는 지역 어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전쟁 후 정전상태가 지속중인 남북 간에는 우발적 충돌이 자연재해처럼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그 진앙지는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서해안이 될지, 아니면 철조망을 사이에 둔 휴전선 일대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보수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백령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남북 대화통로가 단절돼있어 우발적 충돌이나 위기상황에서 대처하고 조율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100% 승리는 없는 법이다. 우발적 사고가 전면전 확대된다면 분명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분명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피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나 책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의도가 불순한 영웅주의에 빠져있거나, 책임과 역할을 방관하여 발생하게 된 인재(人災)가 될 것이다.